AI 선두 기업인 오픈AI와 엔트로픽이 동시에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공개 선언했습니다.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시장에서는 AI 인프라주 폭락 우려가 터져 나왔는데, 솔직히 저는 이 뉴스를 처음 접하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1등이 달리다 멈춰서 뒤를 향해 "우리 같이 천천히 가자"고 하는 장면, 역사적으로 이게 순수한 선의였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미국 금리와 유가, 지금 시장이 버티는 이유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금리 인상 확률이 90%에 육박한다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FOMC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체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JP모건을 포함한 약 20개 주요 기관 중 16개가 9월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거기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근접하면서 유동성 측면에서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세계 자금의 벤치마크 금리로, 이 수치가 오르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증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유가까지 100달러를 다시 터치하면서 매크로 환경이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한 건 이런 악재 속에서도 시장이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I 인프라주가 사실상 나스닥과 S&P 500 전체를 받치고 있는 구조입니다. AI 인프라 섹터가 없었다면 올해 지수가 훨씬 크게 빠졌을 것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오히려 "빨리 올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보다, 차라리 금리를 올리고 명확한 경로를 제시해 주는 편이 장기금리 안정에 더 낫다는 논리입니다. 9월 FOMC가 끝난 다음 날 "불확실성 해소"라는 이유로 증시가 오르는 역설적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AI 패권전쟁, 달리는 열차에서 내릴 수 있나
저는 AI가 닷컴 버블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닷컴 버블 때는 실제 수익 모델 없이 트래픽과 기대감만으로 기업가치가 부풀었습니다. 지금 AI는 다릅니다. ChatGPT 총괄 담당자가 "수요가 너무 폭증해서 신규 구독자를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발언했을 정도로, 현금 흐름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말하면, 이 기술은 하늘에서 우연히 떨어진 게 아닙니다. 초기 컴퓨터가 단순 계산기 수준이었던 시절부터 하드웨어 연산 속도와 저장 용량이 수십 년에 걸쳐 쌓였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 지식이 축적·교류되기 시작했습니다. AGI(인공일반지능)란 특정 분야가 아니라 인간 수준의 범용적 사고가 가능한 AI를 의미하는데, 오픈AI와 엔트로픽 내부에서는 이미 그 수준에 근접한 모델이 개발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AI 패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핵심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실상 이 두 진영의 싸움입니다. 제가 직접 두 나라의 기술 정책과 사회 구조를 들여다봤을 때, 이 패권은 반드시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소수 엘리트가 통제하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AI가 탑재된 로봇이 대량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빅테크들의 투자 규모만 봐도 이 레이스가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2년까지 데이터센터 용량을 기존 계획의 세 배 수준인 38GW로 확대할 계획이고, 구글 알파벳은 핀란드에 역대 최대 규모의 유럽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아마존은 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 달러가 아닌 영국 파운드화 기반 채권까지 처음으로 발행했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 2032년까지 데이터센터 38GW 확보 목표 (기존 대비 약 3배)
- 구글 알파벳: 핀란드 AI 데이터센터 역대 최대 규모 투자 발표
- 아마존: 파운드화 기반 채권 첫 발행으로 AI 인프라 투자 자금 조달
- 오픈AI 신모델 'Astra' 호평 → ChatGPT 점유율 7~8월 반등 전환
공포마케팅인가, 진짜 경고인가
오픈AI와 엔트로픽이 동시에 "AI가 6~12개월 내 인터넷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장문의 보고서와 공개 서한을 쏟아냈습니다. 엔트로픽 퇴사자가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글을 남기고 나가자 그 게시물이 1억 1천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흐름을 보면서 처음 든 의문이 있습니다. 왜 평소 SNS를 하지 않던 계정이 갑자기 이 글을 올렸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이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전에 이미 기사를 준비해 뒀을까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골드만삭스 컨퍼런스에서 이 흐름을 정면으로 짚었습니다.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수요를 창출하기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는가"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수요 창출(demand creation)이란 실제 필요가 생기기 전에 공포나 불안을 통해 구매 동기를 만드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AI 보안이 뚫렸다고 불안을 키우면,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폭증하게 되는 구조입니다(출처: Goldman Sachs Insights).
더 날카로운 시각도 있습니다. 오픈AI와 엔트로픽은 이미 최고 수준의 모델을 개발해 놓은 선두 주자입니다. 이 상황에서 AI 공포론을 키워 규제 기관과 입법을 통한 진입 장벽이 생기면,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오픈소스 기반의 후발 주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습니다. 선두 프론티어 랩 입장에서는 규제가 오히려 경쟁자를 솎아내는 도구가 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AI 보안 시장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AI 에이전트가 수천 개 단위로 동시에 공격에 활용될 수 있는 시대라는 건 실제 우려입니다. 다만 지금 시점의 공포 조장은 그 본질에서 벗어난 마케팅적 성격이 크다고 봅니다.
지금 AI 투자 전략, 어떻게 잡아야 하나
제가 지금 이 시장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현금 흐름'입니다. 캐시 플로우(Cash Flow)란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고 지출하는 돈의 흐름으로, 단순 매출이나 이익보다 기업의 실질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ChatGPT 점유율이 7~8월부터 반등을 시작했고, 오픈AI 내부에서 신규 구독자 일시 중단까지 언급될 만큼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이 현금이 다시 AI 인프라 전반(메모리, CPU, 전력, 데이터센터)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레오폴드라는 20대 헤지펀드 운용자가 7월 급락장에서 마진 콜로 큰 손실을 입고 잠시 물러났다가 한 달 만에 복귀했습니다. 마진 콜(Margin Call)이란 레버리지 투자 시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증거금을 강제로 청산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복귀에서는 원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옵션을 활용한 제한적 레버리지 전략을 택했다고 합니다. AMD, 하이닉스, 코어위브 등 AI 인프라 핵심 종목에 다시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 번 크게 데인 투자자가 이렇게 빨리 같은 섹터로 돌아온다는 건, 그만큼 이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수준의 인프라 투자 사이클은 한두 개 악재로 꺾이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9~10월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명 '네 마녀의 날')가 9월 셋째 주 금요일에 예정되어 있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관들이 관망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동성 구간이 AI 인프라주를 분할 매수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도 조절론발 단기 조정이 온다면, 그건 공포가 아니라 기회의 창으로 봐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 속도조절론이 나오면 AI 인프라주 주가가 실제로 떨어지나요?
A. 단기 조정 재료로는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AI 인프라 수요(데이터센터 증설, GPU 주문, 메모리 수요)는 이미 빅테크들의 다년도 투자 계획에 반영되어 있어, 공개 서한 한 장으로 이 흐름이 꺾일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규제 입법이 본격화되는 속도가 실제 관건입니다.
Q. 9월 금리 인상이 확정되면 주식 팔아야 하나요?
A. 월가 주요 기관 16곳이 이미 9월 인상을 선반영한 상태입니다. 즉 시장 가격에는 이미 인상이 녹아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FOMC 이후 "불확실성 해소"를 이유로 단기 반등이 나오는 시나리오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중요한 건 인상 자체보다 연준 의장의 이후 발언이 얼마나 긴축적이냐입니다.
Q. 오픈AI가 정말로 AGI를 개발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공식 발표는 없습니다. 다만 오픈AI와 엔트로픽 내부에서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에 근접한 모델이 개발됐다는 발언이 여러 경로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AGI가 공식 선언되는 순간 AI 패권 경쟁과 규제 논의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이 시점이 중요한 투자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Q. 중국이 AI 속도 조절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나요?
A. 제 판단으로는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미국 선두 기업들이 이미 최고 수준의 모델을 확보한 상태에서 속도를 늦추자는 제안은, 아직 따라잡는 중인 중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리한 합의입니다. 역사적으로도 기술 패권 경쟁에서 자발적인 상호 감속 합의가 지켜진 선례는 드뭅니다.
결론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AI 인프라 사이클이 그 열차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문명이 외부 충격으로 무너지지 않는 한, 이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 AI 속도조절론까지 단기 악재가 쌓여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악재들은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니라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추는 요인에 가깝습니다.
9월과 10월,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구간입니다. 그 구간을 기회로 볼 것인지, 공포로 볼 것인지가 결국 투자 결과를 가릅니다. 제 경험상 가장 좋은 매수 타이밍은 항상 가장 무서울 때 왔습니다.